ㆍ‘대박’ 숙종의 목숨 서서히 끊어놓은 병

잊혀진 왕자 대길(장근석)과 그 아우 영조(여진구)의 한판 대결을 그린 SBSTV 팩션 사극 <대박>에서 영조의 부왕인 숙종(최민수)이 정체 모를 연기를 탐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내막은 숙종이 담석(증)에 걸려 그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편을 섞은 한약재를 은밀히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 마약 성분이 섞인 연기의 독성으로 인해 혼절하기도 한다. 결국 숙종은 기력이 쇠잔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담석증의 통증이 얼마나 심하기에 숙종은 금기 약물인 마약에 의존하게 된 것일까. 통증으로 치자면 치통·출산통(산통)·통풍·디스크(추간판 탈출증)·요로결석 등 여러 질환들이 서로 ‘제일 아프다고 우긴다’는 말이 있다. 전문의들은 담석 환자들 또한 이들 환자들이 느끼는 정도의 심각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방바닥을 구를 만큼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태 교수는 “담석에 의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를 의학적으로 ‘담도산통’이라고 한다”면서 “담도산통은 담석증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라고 말했다. 담도산통은 주로 우상복부 또는 심와부(복부의 중간 위)에서 생긴다. 전구(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겼다가 또 씻은 듯이 사라지며 이런 증상들이 수십분 내지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단위로 반복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꾀병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담석에 의해 담낭관이 일시적으로 혹은 꽉 막혀서 담낭이 수축하게 되면 담낭 내강의 압력이 증가되어 통증이 생기는 것이 전형적인 담도산통의 발생 기전(메커니즘)이다. 이로 인해 담낭염이 흔히 유발될 수 있고, 온몸에 고열이 나면서 지속적 복통을 호소하게 된다. 담낭을 빠져나온 담석에 의해 담관폐쇄, 담낭천공 등이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복통을 호소할 때에는 그 증상이 담석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장장애 등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을 오인하여 담낭절제술을 받게 되는 경우 수술 후에도 증상이 그대로 남거나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통계를 보면, 2009~2015년 사이 담석증 환자는 연평균 6%씩 늘어났다. 연간 환자 수는 이 기간에 10만명에서 15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많으면 이 가운데 특정 성분이 뭉쳐져 돌처럼 변하는 것이다.


담석이 잘 생기는 고위험군은 이른바 ‘4F’로 표현된다. 여성(Female), 40~50대(Forty-Fifty), 비만(Fatty), 임신 횟수가 많은 여성(Fecund)이다. 그러나 최근 ‘4F 룰’을 깨고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담석증이 늘고 있다. 비에비스나무병원 송대근 소화기외과 전문의는 “젊은 여성에게 생기는 담석증은 콜레스테롤 섭취량보다는 다이어트가 주원인이라는 점이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에 걸쳐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 지방 섭취가 극도로 제한돼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담낭에 고인 상태로 농축돼 담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담석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인데, 환자들은 보통 체한 것이거나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염증이 심해지면 복통은 물론 오심·구토·열이 나면서 오한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은 우측 늑골(갈비뼈) 하단이나 오른쪽 등·어깨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고지방 음식을 섭취한 후나 과식을 하고 나서 잠자다 밤중이나 새벽에 복통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담석증의 치료는 담도 담석이냐, 담낭 담석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담도 담석은 얼마 전까지는 개복이 주로 시행되었으나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이 적극 이용되고 있다. 담낭 담석은 증상이 없으면 그냥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그러나 담석과 용종이 함께 있을 때, 담낭 벽이 두꺼워졌을 때는 수술을 미리 하기도 한다. 담낭 담석에는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을 선택한다.

극심한 통증에 마약성 약물의 사용은 어떨까. 문동언통증의학과 문동언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의학적으로 기존 방법으로 해소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은 오·남용이 아닌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면서 “통증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 삶의 질 저하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의료 선진국들도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문 원장은 “만성통증 환자들은 일반인과 달리 뇌의 마약수용체 수가 현저히 줄어 있고, 강한 쾌락을 느끼게 되는 신경반응체계의 일부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될 위험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문을 보다가 내가 겪었던 일이 있기에 스크랩 했다.

쓸개즙에 담석이 생겨서 쓸개즙 제거 수술을 받은게 4달전이네 벌써...